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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경험담

월경 주기에 따라 발작의 빈도가 증가하는 20세 여성 증례 (계명대 동산병원 문혜진)

지난 월요일 예쁘장한 여성 환자와 그녀의 아버지가 뇌전증 클리닉을 방문하였다. 17세경 첫번째 전신 발작이 있었고, 이후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으나 멍해지면서 입을 오물거리고 손에 물건을 쥐었다 폈다 하는 등의 증상이 반복되어 본 클리닉에서 뇌파 검사 및 뇌 MRI를 통해 좌측 해마경화가 있는 측두엽 뇌전증으로 진단받았던 환자이다. 현재 두 가지 약물을 사용 중이나 약물의 꾸준한 복용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3-4 차례씩 부분발작증세가 있어 걱정을 호소하였다. 다행히 전신발작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약물 용량을 일부 조정하고 경과를 관찰해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 환자만 살짝 들어오더니 한 가지 빠뜨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들어보니 발작증세가 매우 규칙적인 주기성을 가지면서 한 번 발생하면 수 일 간 연달아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기간이 공교롭게도 모두 월경 기간과 겹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월경통이 심해 월경 기간 중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며, 평소만큼 잠도 충분히 이루지 못하여 그렇다고 생각하여 환자 스스로 월경 기간 즈음이면 미리 진통제도 복용해보고, 수면제도 복용해보았으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혹시 월경 기간 중에만 더 복용할만한 약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월경 기간 중에만 항뇌전증 약물을 더 증량하여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물어왔다.

 

위 환자와 같이 월경주기의 특정 기간 동안에 뇌전증 발작의 빈도가 뚜렷하게 증가되는 경향을 보이는 뇌전증을 월경성 뇌전증(catamenial epilepsy)라고 부른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약물난치성 뇌전증의 약 33~39%의 환자에게서 이러한 월경성 경향을 보이며, 이는 내측 측두엽 뇌전증(mesial temporal lobe epilepsy)과 같은 부분 뇌전증(partial epilepsy)이나, 청소년기 근간대성 뇌전증(juvenile myoclonic epilepsy)과 같은 전반 뇌전증(generalized epilepsy)에서 모두 관찰되는 경향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위 환자와 같이 뚜렷한 경향성을 보이지는 않더라도, 월경 주기의 특정 기간 중에 조금 더 발작의 빈도가 증가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월경성 뇌전증은 월경 주기의 어느 시점에서 발작의 빈도가 증가했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비교적 더 흔하고 감지하기 쉬운 것이 월경 기간 주위 즉, 월경 첫 날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3일에서부터 +3일사이의 기간 동안 발작 빈도가 증가하는(perimenstural) 타입으로 위 환자는 여기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월경 기간이 아닌 배란기(+10~-13일)에 발작 빈도가 증가할 수도 있고(periovulatory 타입), 배란기부터 월경 초기 기간까지를 잇는 오랜 기간 동안 발작 빈도가 증가할 수도 있다(luteal 타입). 이런 현상은 여성에게서 주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의 농도변화와 관련이 깊다. 현재까지의 여러 연구결과 Estradiol은 발작의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Progesterone은 항발작 효과를 가지고 있어, 두 호르몬의 상대적인 변화로 인해 이러한 월경성 경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월경성 경향을 보이는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도움이 될까? 뚜렷하게 발작의 빈도가 증가하는 기간이 있다면 그 기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 된다. 비교적 작용시간이 긴 벤조디아제핀 계열인 clobazam을 월경 전 3일부터 시작 후 3일까지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Progesterone을 기본으로 한 호르몬 제제의 사용이 일부 환자에게서는 발작빈도 조절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임신 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므로 현재 피임을 원하는지, 임신을 원하는지에 따라 약물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함께 복용하고 있는 항뇌전증 약물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인 피임제의 사용만으로는 발작 조절이나 피임 모두에 충분하지 않을 수가 있어 뇌전증 전문의, 산부인과 전문의의 협진이 필요하다. Progesterone과 같이 신경계에 작용할 수 있는 호르몬의 구조를 본 딴 소위 ‘신경스테로이드{neurosteroid}’ 계열 약물들이 현재 활발히 개발 중에 있어, 향후 적용이 기대되는 바이다.

 

작성 :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경과 문혜진
 

김보연 2016.01.12

모르는것을 알게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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