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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리아이에게 이런 병이 생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상대학교 신경과 김영수)
조회수 12,193 날짜 2016-11-22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뇌전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부모님께 짧은 소회를 말씀 드립니다.

“어떻게 우리아이에게 이런 병이 생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잊을만하면 듣게 되는 말 입니다. 질문도 혼잣말도 아닌, 그렇다고 마주한 저에 대한 불만도 아니며, 어찌 보면 속내는 부모인 자신에 대한 원망에 가까운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는 많은 병들이 누구의 잘못으로 초래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유독 발작을 반복적으로 하는 ‘뇌전증’ 이라는 병은 원망 없이 받아들이기에 조금 다른 것이 현실 입니다. 과거 ‘간질’이라는 낯선 질환이 우리 아이가 걸린 병이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부모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고, 평생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한지 6개월 지났습니다. 여름방학 때 함께 지내면서 건강하고 밝아 보이던 모습에 이제 적응했구나 마음을 놓아보려던 차였다고 합니다. 새벽에 기숙사에서 경련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놀란 가슴을 안고 한달음에 달려와 검사한 결과를 듣고 부모님의 마음은 참담했을 것입니다. 부모의 집안이나 연락되는 친척 중 이런 병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고, 건강하게 태어나 지금까지 잘 지내던 아이가 이제 와서 이런 병이 걸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지요. 딱히 부모로서 뉘우칠 일이 아님에도 체념 섞인 회한으로 속상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어 다른 곳에서 다시 진료를 원하는 모습은 저에게 익숙합니다.

사춘기 시절, 주로 아침에 ‘근간대발작’이라는 움찔 놀라는 것과 비슷한 증상이 있다가 수면부족이나 스트레스 등이 겹쳤을 때 전신발작을 하게 되는 청소년근간대성뇌전증(juvenile myoclonic epilepsy, JME)을 뇌파와 증상을 통해 진단하였습니다. 앞으로 평생 약을 먹는 번거로움은 있겠으나 주기적인 진료와 컨디션 관리로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을 합니다. 함께, 혈압이나 고지질혈증과 같은 흔한 만성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약을 먹는 목적이 병의 완치가 아니고 약을 먹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상태다, 초기에 약의 부작용 등을 확인하는 과정과 드물게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등의 시련은 한번씩 있지만 이 또한 잘 극복할 수 있다, 의료진을 믿고 따라주면 분명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 등의 많은 말들을 쏟아 냅니다. 이런 설명이 당장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경황없는 마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의료진의 조언에 귀를 닫아 왜곡된 인식에 빠지거나 주변 비전문가의 의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합니다. 아이의 질병으로 상처 받았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요동이 줄고, 더 밝아진 판단의 시야가 생길 겁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약속과 다시 만날 때는 이미 닥친 현실의 슬픔은 이겨내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길이 어떤 건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당부입니다. 누구나 비슷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받아들이고 이겨나가는 과정을 저희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경상대학교 신경과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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