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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경험담

갑자기 빈도가 증가한 경련을 주소로 내원한 32세 여자 환자 (계명대 동산병원 문혜진)

32세 여자 환자가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왔다. 환자는 입에 거품을 문 채로 고개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면서, 사지를 특별한 규칙성 없이 흔들어대고 있었다. 가끔은 엉치부위를 들썩거리기도 하였으며, 눈을 꼭 감은 채로 부르는 말에는 반응이 없었다. 보호자에 의하면 이러한 증상은 약 2시간 전부터 심했다가 덜했다가를 반복하며 지속되고 있는 상태였다. 최근 이러한 경련의 빈도가 증가하기 시작해서 외래를 통해 항경련약제를 추가, 증량하고 있던 중이었으며, 약물 복용은 잘 하고 있었다고 한다.

 

환자는 17세경부터 가끔 가슴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있은 후 갑자기 멍해지면서 입맛을 다시고, 양손으로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양상의 복합 부분 발작이 있었고, 20세경에는 대학 입학 이후 술을 마신 다음날 쓰러져서 온몸을 다 떠는 양상의 2차성 강직 간대 발작이 발생하여 당시부터 신경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뇌영상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으나 뇌파검사 결과 좌측 측두엽에서 뇌전증파가 관찰되어 뇌전증으로 진단 후,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항경련 약제 두 가지를 유지하면서 십여년간 2차성 강직 간대 발작은 재발하지 않았고, 가끔 약을 빼먹을 경우에만 복합 부분 발작이 한번씩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올 해 들면서부터 갑자기 발작의 빈도가 몹시 잦아져서 신경과를 예정보다 일찍 방문하는 일이 많아졌다. 항경련약제의 용량을 증량하고, 새로운 항경련약제를 추가해보기도 했으나, 오히려 최근 수일간 발작은 더욱 심해졌고, 그 지속시간도 길어져 응급실을 방문하게까지 된 것이다. 환자의 발작은 응급실에서 안정제를 투여한 이후 멈추는 듯 하였으나, 이내 다시 시작되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였다. 이러한 증세의 사이사이에는 주치의의 질문에 잘 대답을 하였고, 발작 후 흔히 동반되는 혼동증세나 깊은 잠에 빠져드는 증세는 관찰되지 않았다. 보호자에 따르면 올해들어 잦아진 이러한 발작은 과거의 발작과는 양상이 다른 것이었다. 이에 주치의는 24시간 비디오 뇌파 감시 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이번에 발생한 발작 증세는 심인성 비뇌전증성 발작(psychogenic nonepileptic seizure)으로 진단되었다.

 

자세한 문진 결과, 환자는 작년부터 남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와 관련된 심한 우울감과 실패감으로 괴로웠고, 본인의 뇌전증 증세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욱 염려하고 예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증상은 스트레스가 심할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고, 발작 증세 이후에는 오히려 조금 해소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고 하였다. 이에 주치의는 최근 증량한 항경련약제는 조심스럽게 줄이고,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한 상담치료 및 우울증치료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심인성 비뇌전증성 발작은 뇌전증 환자에게서 일반인보다 더 자주 발생하나, 외래에서의 간단한 문진만으로는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뇌전증 발작의 빈도가 증가한 것, 혹은 뇌전증 중첩증으로 오인되어 환자가 불필요하게 많은 항경련약제 및 약제의 부작용에 노출될 수가 있다. 또한 심인성 비뇌전증성 발작은 그 원인이 되는 내적 갈등에 대한 이해 및 중재 없이는 잘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진단에는 정확한 문진(발작의 양상, 빈도, 지속시간, 동반증세, 최근의 심리적 상태) 및 심리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뇌전증 발작과의 감별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24시간 비디오 뇌파 감시 검사’이다. 발작의 특성을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동시에 뇌파 변화를 관찰할 수 있고, 발작 도중 약물의 투여나 검진으로 진단을 보다 확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자신의 증세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하며, 특히 가족 구성원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심인성 비뇌전증성 발작은 환자가 스스로 꾸며내는 ‘꾀병’과는 달라서 다그치거나 스스로 노력한다고 해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서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항정신병약제가 사용될 수 있으며, 경험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협진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뇌전증 환자에게서 병발된 경우에는 심인성 비뇌전증성 발작에 대한 치료와 함께 기존 뇌전증에 대한 치료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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